한국미용실에 가기 호주,이방인으로 살기.

한국 미용실에 자주 가지는 않습니다. 1년에 한두번 갈까 말까 라는 걸 한국 분들이 알면 놀래겠지요.
호주에서는 워낙 외모에 신경도 안쓰고 누가 뭘 입든 어떻게 머리를 하든 참견을 하지 않는게 예의라는 게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학습이 되어 있기 때문에 머리는 그냥....들입다 기릅니다.
(물론 온지 얼마 안된 분들은 참견 많이 합니다. 요즘 살이 쪘네 어쩌네, 파마좀 해야겠네 어쩌네....)
남자들이 훨씬 자주 가는 편이지요. 기를 수가 없으니까. 우리 집도 남편과 아들이 한두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가고
딸내미와 저는 그냥 들입다 머리를 기르는 편입니다.

한번 가면 백불은 우스운데 이건 아주 큰 돈입니다. 한국에서도 물론 그렇겠죠.
아줌마들이 자기 머리와 외모를 위해서 10만원 이상 되는 돈을 척척 쓰지는 못하잖아요.

근데 한국미용실에 가서 앉아 있으면....
한국에 텔레포트해서 가 있는 느낌입니다.
커피도 커피믹스로 주고요. 미용용품도 다 한국에서 온거고
헤어용품도 댕기머리 이런 거 권해주구요.
한국말로 연예인 누구 머리 누구 머리 하면서 상담하구요.
컴에서는 한국 가요가 주구장창 나옵니다.
오늘 간 곳에서는 컴이 망가졌다고 고요하더라구요.
라디오라도 없냐니까 없대요. 세상에 가게에 휴대용 카셋트 라디오도 없나요, 요즘엔?
그냥 다 컴퓨터로 해결한단 말입니까?
호주 라디오 방송국 채널도 몰라서 어디어디 틀면 하루종일 소프트 뮤직 나온다 가르쳐 줬네요.

무엇보다 그 잡지의 공포.
우멘센* 라는 잡지를 턱하니 갖다 줬는데
웬걸 무게와 두께도 엄청난데 열기가 무서운 겁니다.
한국 여성잡지를 읽고 나면
나만 뒤처진 것 같고 내 애는 이렇게 둬서는 안될 것 같고
우리 집은 이렇게 꾸며야 되는데 돼지우리 같고
성형을 이런 데 가서 하면 이렇게 이뻐지는데 나만 안하는 바보 같고
남편에게 사랑받으려면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는데 아무것도 모르겠고

이건 제가 촌스러운 호주아줌마이기 때문인 거겠죠?
한국 아줌마들은 다 저런 정보는 기본이겠죠?

머리 속에 너무 많은 것이 들어왔다 나가는 게 미용실 잡지입니다.
그 두꺼운게 5분의 4가 광고예요. 그걸 왜 돈받고 파나요?
그냥 무가지로 나눠줘도 됩니다. 광고비가 그렇게 많이 들어올텐데.
뒤지고 뒤져서 그래도 기자들이 직접 작성한 기사를 한 세꼭지 정도 읽은 거가 그나마 수확이고.
나머지는 다... 내 아이는 이러니까 일등이다. 내 부엌은 이런 아름다운 물건만 가득하다
나니까, 나는 최고니까.
그 속에서 허부적대는 거외엔 방법이 없어요.

결국에는 아이포드 열어서 북공고 보다 왔어요. 화면이 작은 게 아쉬웠지만
음악 듣고 있으니 살맛 나더라구요.

오늘 돈 많이 썼습니다. 여자는 돈을 들이면 이뻐지는 것 같은데..
그 와중에서도 거울에 비치는 얼굴을 장시간 보면서 비비크림이라도 사야하나
밤에 팩을 해야 하나... 세상에 이젠 나이를 못속이겠네 하면서 대화 좀 했죠.
너무 제 얼굴과 대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고. 큭큭

무슨 머리 했냐구요. 앞머리 내리고 스트레이트를 했더니
조금 젊어보입니다. 피부는 자세히 안보아줬으면 해요. 멀리서 보면 그냥 조금 젊어보이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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