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채운 알콜, 그를 채운 물



우주의 거짓을 배우게 된 시간
나를 채운 물과 그 흐름이 같은 나의 연인들에게 나의 모든것을 바칩니다.
고마워
(서태지 정규 앨범 ATOMOS Thanks to)

나이가 마흔 바라보는 사람, 또는 그거 넘은 사람만 붙어봐요.

제가 좋은 사람과 한 잔 했어요. 역시 마흔 넘은 사람이고 사회적으로도 중요하다면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인데 한 잔 사주더군요. 술 먹어서 하는 얘기가 아니고 얘기가 통했어요. 헤어져 있다 몇년에 한번 만나는 사람인데 여럿이 어울려 잠깐 밥이나 먹을 뿐인데 그런게 느껴지잖아요. 아직은 나와 주파수가 같구나.

노통이 가시고 나서 너무 충격받은 마음에 인터넷을 3일인가 4일 안했어요. 나는 황망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데 인터넷에서 뻘글을 볼까봐, 정확하게 말하면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나와 다르게 생각할까봐 확인을 못하겠더라구요. 두려워서.

왕래없다가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에겐 그런게 있죠. 내가 모르는 무슨 소식을 가지고 온 것일까. 하나의 사건에 대해 어떤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저사람의 삶의 목표는, 낙은 지금 무엇일까. 탐색만 하다가 끝나기도 하고 다시는 안만나게 되기도 하고 아직은 나와 같구나 생각하기도 해서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하고.


"나를 채운 물과 그 흐름이 같은 나의 연인들..." 서태지의 땡스 투.
저, 이 말 진짜 이해할 것 같아요. 내 몸속을 채운 물과 흐름이 같은 나의 팬들, 나의 주파수와 같은 사람들. 내 음악을 이해하고 감동받고 울고 또 기뻐하는 사람들,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서태지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데 저는 또한 그래요.
아직까지 내가 서태지와 주파수가 같지만 그게 달라지면 어떻게 해야할까. 다시 5년만에 만날 그가, 내가 모르는 소리를 하면 어떻게 할까. 그가 그 자리에 그 마음 그대로 있을 거라는것을 내가 미치도록 잘 아는데... 주파수가 빗겨간다면 바로 나의 그것이 빗겨가는 것일텐데 나는 그런 일이 발생해도 무덤덤할 수 있을까.

은공님이 하신 말있죠. 서태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말.  바로 이거에요. 내 주파수가 일탈하는 것을 내가 용납 못하는 거야. 비참하고 서글프죠.

"내일도 만나게 될까요."
이젠 그도 묻고 있네요. 우리 다시 만나게 될까 하고. 언제나 그랬지만 8집활동 내내는 내가 9집이 나올때 어느 자리에 어떻게 서있게 될 것인가 두렵게 그려보지 않을 수 없어요. 태지매니아의 고요함을 보면 알 수 있죠.주파수가 달라지는 모습을. 이건 좋다 나쁘다의 가치평가가 아니에요. 사이트의 흥망성쇠는 다 있는 거고. 태지매니아는 그동안 서태지 저리가라 할 정도로 고집스러웠으니까.

근데 그걸 알거든요.
태지의 음악이 내게 감동으로 들리지 않을 그날, 그 날이 온다면 그것은 바로 "나'의 마음이 무뎌져 버렸기 때문일 거라는 걸. 그가 변한 게 아니라 그가 퇴색된 것이 아니라 아마 내가 바로 내가 바로 삶에 찌들려서 일 거라는 것을 난 정확하게 알고 있거든요. 그의 음악이 설레이지 않는 그 날. 그 무덤같이 변했을 내 마음을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론 기우라는 거 알아요. 물론 설레발치는 것일 뿐이예요.
그러나 서태지라는 예술가는 캐치했네요. '내일 도 만나게 될까' 라고..
어떻게 울지 않을 수 있어요. 사라져간 아이디들, 날리던 필자들, 팬이랍시고 떠들던 사람들. 만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우리가 이제 이렇게 보고 있는데. 서태지가 저렇게 묻고 있는데.

오늘 오랜만에 본 그 사람을 세월이 흐른 후에 저는 또 만날 수 있을까요. 그 때도 말이 통할까요. 아직까지는 다르지 않았지만요. 아직까지는. 서태지도..나도 같은 물의 흐름을 갖고 있지만요.


덧>아침의 눈 가사를 끝까지 생각해 보지 못했어요. 벌써 첫구절에서 숨이 턱 막히면서 이 생각, 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서...이 험한 세상에 무뎌지기를 소망하면서 살아왔는데 그 무뎌짐으로 서태지를 알아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눈물이 나요.

음주정담, 죄송해요. 낮에 땡스 투 보고 헉 놀랬고 한잔 하고 집에 오는길에 아침의 눈을 반복해 들으니까 비도 오는 한 밤중에 매냐보드에 자국을 안 남길 수가 없었어요, 여러분.

by 오즈 | 2009/07/03 01:29 | 서태지 | 트랙백 | 덧글(5)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닌 백만년만의 서태지 콘서트!!



예매 하러 가기




서울> 6월 13일 용산 전쟁기념관
부산> 6월 20일 사직실내체육관
대구> 6월 27일 월드컵 경기장내 인라인 스케이트장
대전> 7월 3일 무역전시관
인천> 7월 5일 삼산월드체육관
일산> 7월 11일 킨텍스
성남> 7월 17일 실내체육관
울산> 7월 19일 추후공지
광주> 7월 25일 염주체육관

오 마이 갓...완전 떨려, 완전 떨려..


by 오즈 | 2009/06/24 01:34 | 서태지 | 트랙백 | 덧글(17)

거룩한 낭비

콘서트 가는 분들은 가느라고 바쁘고
다른분들은 주말을 즐기느라 바쁘고
또 다른 분들은 그저 빈 게시판 쳐다보고 계시나요.

곰돌이 구입빙시에 서태지M관 추첨빙시에 내일 콘서트도 못가시는 분들은
무슨 낙으로 오늘밤을 보내시나요...

 

팬심이란 게 뭘까요.
정말 끝없이 물고 늘어지게 되는 질문이 아닐 수 없어요. 저는 이것을 하도 고민하다가 정말로 예수의 열두제자도 팬이었다는 결론 아닌 결론에 까지 이르다가 아니, 그렇다면 팬심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 이런 뻘생각까지 하다가 현실로 돌아온 적이 한 두번이 아니예요.

객관적이고자 하는 욕망은 머리 굵고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강한가요. 내 팬심이 세상 기준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를 시시때때로 확인하는 일은 가련한 거죠.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끼리의 팬 세상에 모여살 수 밖에 없고 서로의, 세상기준에서는 뻘짓인, 팬심을 확인해가며 나도 더 불태우리라 전의를 가다듬는 거죠. 돈이 나오나요, 먹을 게 나오나요. 돈들여가며 파산해가며 우리는 우리의 오빠를 모시죠. 같은 동병상련끼리 서로 용기 북돋아줘야 하는데 누군가가 찬물을 끼얹으면 공동의 적이 될수밖에 없고, 내쳐야 하는 거고.

가끔은 이런 팬질에 회의가 들죠. 정상적으로 살고 싶기도 하고 그만 미치고 싶기도 하고. 난 팬이 아닌가봐. 내 팬심은 저들에 비하며 두리뭉실한 걸. 그냥 바라만 보는 게 낫겠어. 마침 용어도 있구만. 덩어리, 완전팬,팔로스 등등등. 거기에 끼지는 않는게 낫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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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피아노 연주회에 갔었어요. 아는 분의 자제가 시드니 콘서바토리움의 연주자 과정에 있는데 졸업연주회를 하는 거였어요. 시드니콘의 수업의 일부기 때문에 무료로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1주일 전에 알게 되어 옆집의 애기 엄마한테 월요일부터 천천히 밑밥을 깔고 급기야는 오늘 베이징오리에 월남국수까지 안기고 아이들 둘을 부탁한 다음에 혼자 기차를 탔습니다. 혼자 앉아서 시드니 하늘을 바라보며 듣는 모아이는 어찌나 좋던지요. 막 콧노래가 나오더라구요. 시드니 콘서바토리움은 오페라하우스 근처에 있어서 오랜만에 완전히 자유로운 처녀처럼 시드니 거리를 활보하며 커피 한잔 하고 음악을 들으러 앉았습니다.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하는데..웬걸, 저는 울고 말았습니다. 눈물이 툭 떨어지는 게 저도 웬일이냐 싶더군요.
1.직접 연주되는 음악을 듣는 게 너무 좋았어요.
2.역시 예술의 수용은 수용자의 감정상태가 반영이 되는 건가 봐요. 걱정거리가 많은 상태에서 음악을 들으니 슬픈 감정이 자극이 되더라구요. 화려한 기교였지 슬픈 음악은 아니었는데.
3.누군가 열심히 준비한 연주를 듣는다는 게 황송했어요. 그 삐까번쩍한 연주홀도 좋았고 온전히 피아노 소리외에는 아무런 소리(애가 칭얼댄다든지)가 없는 그 완벽한 상태가 좋았어요.
그래서 울었나봐요. 참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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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우리 아빠가 하시던 얘기예요. 예수가 죽기 얼마전에요. 죄인들과 파티를 하고 있었는데 (예수는 하도 밥먹고 즐기는 것을 좋아해 바리새인들로부터party-goer라고 불렸다죠.) 한 여자가 들어와 삼백데나리온(노동자의 거의 1년치 급료)이나 하는 향유를 깨고 머리카락으로 발을 씻겨드렸죠. 열두 제자 중에 회계를 맡은 유다가 그 낭비와 사치를 지적하며 그 돈이라면 가난한 자에게 줄 수 있을 거라고 비난했죠. 근데 예수는 여인을 옹호하며 받은 사랑과 은혜가 많으면 그것을 그만큼의 크기로 답례할 수밖에 없다고 하고 자신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마다 이 여인의 이야기도 같이 전해질거라고 하셨죠.

아빠는 할머니 무덤에 놓는 꽃을 육십 몇세가 되시도록 한번도 사신 일이 없다가 이 향유에 대한 얘기를 듣고 생각이 바뀌셔서 성묘 가실 때 꽃을 사들고 가세요. 단선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그 돈을 아껴서 좋은 일에 쓰지 왜 꽃에 낭비를 하나 하셨었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 꽃을 사고 무덤에 놓고 그랬으면 정서교육에도 좋았을 것을...그랬다고 하시더라구요.

예술이라는 게 참..낭비예요. 대중예술이건 고급예술이건..마치 꽃을 사서 들고 다니는 것처럼 낭비죠. 피아노 연주 한번 들으려 가려면 애들 맡겨야 되고...그거 듣는다고 돈이 나와 떡이 나와.... 예술은 사실 실제적으로 아무도 배부를 수 없고 아무도 등 따시게 만들 수 없잖아요. 마치 강마에가 이재민들이 모여있는 시민회관에서 연주회를 할 수밖에 없을 때 비난을 받는 것처럼. 예술의 이 낭비적이며 사치적인 속성은 그 본질에서 거세할 수 없는 그 무엇이라고 봐요.

팬질도 낭비죠. 전투 올출할 돈이면 종잣돈 될 수도 있는데, 할부로 차를 살 수도 있는데 말예요. 이게 객관적인 시선이죠. 서태지의 환상적인 무대도 화려한 불꽃도 그 이상의 낭비가 없죠. 더군다나 사회가 뒤숭숭할 때 말이죠. 분명히 그렇게 볼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가 여인에게 준 사랑, 여인이 예수에게 보여준 보답은 정말 너무 애틋해 주위의 손가락질을 받아도 할 수 없고 개의치 않는 것처럼 우리도 그런 것 같아요. 삼백데나리온이 하나 아깝지 않던 사랑..올출이 아니라 더 한 것도 할 우리들의 사랑....말 한마디 틀린 게 없던 그 논리적인 그 남자 제자, 유다는 결국 끝까지 함께 가지 못했죠. 주위에는 여인들과 미친 매니아들만 남았죠.

태지매니아.
어쩌면 우리는 매니아의 열정과 광기로 세상의 진보에 기여하려 했었는지도 몰라요. 서태지를 따라가며 매냐노릇을 하면 그 길로 갈 수 있다고 생각을 했는지도....
그러나 이제는 길은 분화되었고 갈려졌으며 어느 길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 지는 각자 선택 해야 해요. 태지가 가는 길은, 사실 언제나 그랬듯이 동시대의 길이 아니죠. 그가 동시대인이 아니라는 깨달음은 너무 늦게 온거죠. 언제나 그는 미래, 우주인이었는 걸.

이제는 매니아가 진짜 보편적 호흡없는, 또는 신경 안쓰는 '미친 매니아'가 되는 길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같이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그것뿐인 것 같습니다.

이 거룩한 낭비, 미친 매니아가 되는 길에,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 있는 제가 얼마나 함께 갈 수 있는가를 재보지 않을 수 없어요. 한마디로 그런 거죠. 왜 나만 놔두고 다 가버리는 거냐. 둘이서도 못하던 일을 나 혼자 어떻게 하냐. 이제까지처럼 모노드라마 쑈라도 계속 하라는 거냐...음, 한마디가 아닌가.

 


(태지매니아에 올린 글)

by 오즈 | 2009/06/19 23:39 | 서태지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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