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눈 뮤직비디오와 고도님의 평 └태지의 음악



가사

오랜 이야기에 눈물도 사라지고 말겠죠
거짓말도 난 배우겠죠

내일도 만나게 될까요
나 이제 무뎌져 버린 마음을
이제 다시 거짓말로 버려두지만은 않기를

흰눈이 모두 녹은 후 시간이 흘러
첫 번째 비가 오는 날
비가 내리는 날

나의 노란 우산을 활짝 펼쳐
이 예쁜 꽃으로 딱 한번 울거야

밤을 새 춤추며 내려온 이제 곧 사라질 아침의 눈을
너도 잠시만이라도 보게 된다면 너무 좋을텐데

흰눈이 모두 녹은 후 시간이 흘러
첫 번째 비가 오는 날
비가 내리는 날

나의 노란 우산을 활짝 펼쳐
이 예쁜 꽃으로 딱 한번 울거야

내 손을 잡아 줘
난 매일 밤마다 어두운 물살 속으로 빨려내려만가던 꿈을 꾼거야
가는 손목으로 그려낸 달콤한 향기
난 알아

매년 첫 번째 비가 내리는날
나의 노란 우산을 활짝 펼쳐 이 예쁜 꽃을 네게 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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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가 공기나 태양처럼 실질적으로 고맙지는 않지만 동지애를 느낀다.' 라고 며칠 전에 블로깅을 했는데 이 말 취소다. 서태지는 나한테 공기이고 태양이다. 사랑하니까! 아, 너무 좋아서 숨을 못쉬겠다.

방금 아침의 눈 뮤직비디오를 봤는데 내가 썼던 이 글 http://newal.egloos.com/659707 이 갑자기 생각났다. 이번 앨범은 정말 극사실주의와 초현실주의가 공존하는 컨셉이었던 것 같다. 난세지음 속에서 서태지는 산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뮤직비디오 감독님이 누구신지 참 대단하시다.

아니 제대로 자동기술 스타일로 뮤직비디오를 찍었는데 정신 넋놓고 멍하니 봤더랬지. 기타 줄 슬로 모션으로 튕겨지는 부분처럼 하이퍼 리얼리즘 기법을 사용한 부분도 많았고 그래서 버뮤다 트라이앵글에서 옷깃잡던 샷도 생각났다. 같은 감독님인가 보다. 처음 시작할 때랑 끝날 때 물방울 마이크로 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똑 떨어지는 것도 이쁘고. 지대로 하이퍼 리얼리즘일세. 완전 작품 탄생. ㅠ0ㅠ 서태지는 조만간 8집 뮤직비디오 모음 DVD를 냅니다.

무슨 또 안개가 왔다갔다 하다가 눈이 내리다가 비가 내리다가 노란 돌덩이 같은게 거꾸로 하늘로 승천하고 드럼이 깨지고 파편이 튀고 아주 난리도 아닌 뮤직비디오였다. 왜 그렇게 찍어야했는지 단번에 이해됐는데, 역시 내가 서태지에게 계속해서 느끼는 예술관이 또다시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이순간 그 누구보다도 대중적인 아티스트다. 혹은 대중에게 소통 의지를 보이고 자신을 표현하려 열정을 쏟는 아티스트다. 내가 방금 팬사이트에서 이상한 글을 봐서 이걸 더 강조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서태지는 난해하지 않다. 매우 심플하다. 그리고 순수하다. 순수한 열정. 그게 이 모든 마법의 단 하나의 열쇠다.

아 또 이걸 쓰면서 오싹한게 홍상수 감독이 예전에 이런 말을 했었다. 작업할 때, 뭐가 어떻게 될 지 모르고 시작하지만 열정이 자신을 예술로 도달하게 만든다고. 많은 예술가들의 흐름을 쫓고 탐색하고 뱅뱅 돌다가 그들을 이해하게되는 마지막 열쇠는 언제나 순수한 열정이었다. 몇 달 전 프루스트의 책을 다시금 잔뜩 읽었을 때도 이런 기분이 들었었다.

아마 서태지랑 작업하는 사람들은 서태지를 더 잘 알겠지. 평범한 팬인 나도 아는데. 팬을 떠나 그들의 처지가 몹시 부럽다. 이렇게 의미있고 좋은 작업을 할 수 있다니!

이 노래 가사 중간에 아침의 눈을 너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게 이 뮤직비디오의 핵심이다. 비,눈,황사(?),낙엽 이런거. 이건 징후가 아니라 현상이다. 서태지의 아침의 눈이라는 노래에 담긴 극단적인 감정이 비주얼로 표현된 부분이다. 그 극단적인 감정은 사랑일수도 있고 서태지의 모든 감정일 수도 있다. 아무튼 맥시멈으로 극대화된 감정이다. 그러니까 서태지는 지금 감정을 표현하고 있고 그게 비,눈,바람,안개,승천하는 노란돌(이거 정체가 뭐지 대체).. 그리고 결국은 서태지의 눈물로 표현된다.

줄곧 느껴오고 있는 서태지는 표현의 세계에서 자신의 복잡한 경험,체험,과거,상상 이런 것들을 단 하나의 백지 상태에서, 단 하나의 어쿠스틱 기타로 표현하는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내려놓거나 비우고 시작한다는게 서태지에겐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끌어안고 그 많은 것들을 다시 정렬하는 방식을 초지일관 고수하고 있는데 그게 날이 갈수록 이모셔널해지고 동시에 세련되어지니 감탄할 수밖에 없다. 격이 있잖아!!!!!!!!! 불혹이란 이런 것일까? 나에게도 이런 불혹이 찾아올까? 너무나 흥분될 지경이다. 나이 40 가까워오면 그때도 나는 한 살 한 살 나이 먹는 것이, 나의 내일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좌우지간 결국 감정이라는 것은 표현되어질 때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이 노래가 팬들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하는데 이 뮤직비디오의 모든 순간순간은 서태지가 팬들에게 갖는 마음이 극대화되어 표현된 뮤직비디오인 것 같다. 내 기분이 어땠냐고? 흥분해서 좀 있다가 잠이나 제대로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서 8집 앨범이 도착하기를 바라고 바라고 있다. 서울 앵콜이나 이티피 페스티벌이라도 가야지. 무조건 가야지.

너무나 흔한 소재들로 흔하지 않은 뮤비를 꾸렸다. 완전 심플해. 언제나처럼 격이 있다. 서태지는 남을 배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누군가가 이 뮤직비디오를 보고 그 안에 담긴 감정을 느껴주지 않는다면 가장 많이 가슴아파하고 상처 입을 사람이 서태지다.

그것 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는 실재하는 시간을 조정하고 다스리고 있는데 드럼 위의 눈이 천천히 파동한다던지.. 아 멋져라. 매트릭스 이런데서 나온 카메라워크는 스릴을 위해 존재하는 거고, 서태지는 자기자신만의 극대화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 같은 특수효과를 사용했다. <- 탑과의 등장씬... 아 정말 귀엽더라.

자연적인 것. 초자연적인 것. 추상적인 것. 구체적인 것. 너무 자연스럽게 퀼트되어있다. 서태지의 감정은 크고 현실임과 동시에 초현실적이라는 것을 그런 식으로 보여준 것 같다.......

아 지금 리뷰 제대로 쓸 기분도 아닐 정도로 완전 하이 상태다. 비틀즈가 all you need is love 라고 했었나? 결국은 시대고 뭐고 나라 꼴이 어떻게 돌아가든 한국에서 전쟁이 나든 안 나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다. 사랑만이 모든 걸 회복시킨다. 물방울이 똑 떨어지고, 꽃이 천천히 만개하고, 바람이 불고, 누군가의 눈물이 흐르는 자연스러운 속도와.. 또한 너무나 심플하게도 그 사랑을 내 안에서 출발시키겠다는, 그래서 보여질 것에, 들려질 것에 나 자신을 심는 자의식! 시간도 거역할 수 있는 아름다운 흐름 속에서 연인들은 그렇게 사랑하고 있나보다.

p.s. 아 진짜 아침의 눈 들으면서 장한나의 예이츠 시에 대한 감상을 계속 떠올리고 있었는데 딱 그런 느낌의 뮤비가 나와서 진짜 오돌오돌 거렸다. 나는 지금 심정으로는 이미 비잔티움에 와 있는 기분이다. 이렇게 코드가 같이 갈 줄이야. 이것이 사랑인가.

http://newal.egloos.com/1548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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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디오는 서태지에서 나온 적이 없다..는게 나의 평이다.
생경하다. 그의 이런 표정도..이건 도대체..스토리텔링없이 비주얼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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