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어가는 태지 팬덤에 희망적인 소식을 말씀드릴까요.ㅎㅎㅎ
언제나 그렇듯이 저 혼자만의 아주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나이들어서 하는 팬활동이 더 좋아요. ㅋㅋ
호주에서 만난 사장님들 중에 이런 말 하는 분이 있었어요.
다른 사장들은 리셉션(이걸 뭐라고 하나..전화응대와 간단한 행정일)
자리에 처녀들을 고용하려고 애쓰는데 자기는 아니래요.
처녀들은 언제 결혼하고 언제 어떻게 떠날지 몰라서
자리가 불안불안 하다나요.
자기는 결혼한 여성을 많이 쓴대요.
아이들이 웬만큼 큰 사람은
책임감이 강하고 더 좋은 자리 찾으려고 이리저리 헤매지 않고
꾸준하게 일을 잘한다나요.
ㅎㅎ 결혼해서 상품가치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고용이 쉽다는 얘기를 돌려서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고용해주려는 맘가짐이 있다는 거가 그냥 고맙더라구요.
결혼하고 애기를 낳는 것은
정말 불구덩이에 화약지고 들어가는 것 같애요.
결혼 말구요. 육아요.
30년간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가가
내가 예뻤나, 똑똑했나, 인정 받았나 이런 거
아무런 문제가 안되거든요.
그냥 생물학적으로 내몸을 빌려 태어나려는 한 생명과의 씨름이 있어요.
그리고 나와서는 내 몸을 최대한으로 빨아서 자기가 살아남으려고 하죠.
나의 몸이 참으로 abuse(남용? 학대?)된다는 느낌을 받아요.
재정적으로도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죠.
육체적으로 힘들다가 좀 쉬워진다 싶으면
이제 모든 것을 다 가르쳐야 해요.
이 애가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긍정적으로 웃으며 살아가는지
언제나 칭얼거리며 울고 사는지
내 책임으로 돌아오거든요.
실제 누구의 책임이든 간에 그냥 다 내게 돌아와요.
임신과 육아는
인생의 위기예요.
crisis가 없이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어요.
인생의 여러 단계 중에 최대의 위기이고
도움없이는 살아나가기 힘들죠.
그래서 주위에 의지하게 되고, 의지해야만 하고
'한 아이를 키우는 데 마을하나가 필요하다'는 인디안 속담도 이렇게 나오는 거겠죠.
서론이 길었는데
이제 그 단계를 좀 넘어가면,
대략 막내가 초등학교나 유치원 들어가는 시기가 되면
갑자기 시간이 많아져요.
정신적으로도 한시름 놓아요.
가르치는 일도 선생님과 반분하게 된다고나 할까요.
물론 여전히 엄청나게 힘들게 하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보통의 경우를 말씀드리는 거예요.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고
잊고 있었던 것을 찾고 싶어지죠.
가정내에서의 지위도 확고해서
이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투자한다고 해도 눈총 많이 받진 않아요.
애들 학원비가 한국에서는 복병이지만
그것을 억지로 제외한다고 하면
내가 쓸 수 있는 돈이 생기는 거죠.
누구는 그릇을 사고 가방도 사고 하겠지만
우리는 공연과 음반에 집중을 할 수 있죠.
세상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는거 알면서
예술에 자신을 위로 받고 싶어지죠.
창작활동에 몰입하기도 하고 공예도 하고 뜨개질도 하고...
창조력있는 여성들의 이 시기 활동은 사실 눈부실 정도예요.
박완서 작가님이 데뷔한 시기도 40대죠. 애들 다 키워놓고.
나이들어서 팬질하는 거 우습게 생각하거나
못할 거라고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간혹 있던데
뭘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그때가 되서야 진짜로 팬질할 수 있는 거예요.
그때도 부끄럽지 않은 서태지가
진짜로 사랑스러워지는 거예요.
죽을 때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여자들의 감수성을
스스로 멸시하지 마세요.
바람나서 로맨스 운운하는 것도 아닌데
팬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플라토닉하면서도
생산적이면서도 경제적인(으음?) 사랑이예요.
나이 먹는 거 정말 좋은 거예요.
젊을 때 할 수 있는 수줍은 음악을 했던 서태지..
반항하면서 폭발했던 서태지..
그리고 30대 후반에 할 수 있는 말들을 하며
정중동의 행보로 가는 서태지..
같이 가는 게 얼마나 행복한데.
인생의 단계들이 다가오는 것 피하지도 말고 회피하지도 마세요.
이제 앞길이 훤히보여, 이렇게 대출금 갚다가 죽겠지
절망하지도 말고요.
물론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대출금 갚는 생활이지만
그 속에서는 꽃도 피고 시도 쓰고
노래도 흐르는 삶이 살아져요.
그중의 백미는 서태지구요.
...


덧글
wisepaper 2009/09/24 21:30 # 삭제 답글
참 위로가 되는 글이네요.. 요즘의 저는 욕망이란게 어디로 갔나 싶어요.. 그 모든 것들이 다시 내게 찾아와줄지..
오즈 2009/09/27 23:09 #
바로 님 같은 분 때문에 쓴 글이예요.힘내세요.
There must be an end someday.
아 2009/09/25 03:39 # 삭제 답글
태매에서 본 글이지만 다시 읽어도 너무 좋은 글..나이들어가는 거 참 좋아요..
태지가 나이드는 것도 좋고
제가 나이드는 것도 좋고
나이들어가는 걸 행복해 하며 살 수 있어서 참 감사해요(태지덕분이지요^ ^)
개인적으로 40대, 참 아름다운 나이라고 생각해요..
남성도 그렇고, 여성도 그렇고..
지난 날 쌓아온 관록이 농익은 매력을 발산하는 매혹적인 시기라고 생각해요
마치 탐스럽게 익은 붉은 열매가 툭 터지기 직전의 그 아찔함과 유혹으로
가슴에 불을 당기는 그런 교태와 관능이 넘실대는 시기죠..^^;(표현이 너무 쎈가요?;)
잘 살아온 40대들을 보면 그렇더라고요..
20대나 30대는 감히 명함도 못 내밀 삶의 아름답고 관능적인 향기를 품을 수 있는 시기인 것 같아요..^ ^
(소근)그래서요.. 전 우리 태지 마흔이 넘 기대돼요..(두근두근)
마흔살의 태지는 또 우리를 얼마나 뒤흔들고 매혹시킬까... 설레요..^ ^
오즈 2009/09/27 23:09 #
님은 역시 오지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