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09 23:30

관음의 추억-나의 길티 플레져 Guilty Pleasure └태지의 미모

1. 남자의 미모란 말은에 내 사전에 없던 말.

아주 오랫동안 저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기독교적인 그중에서도 청교도적인 세계관 속에서 살았어요.
(지금도 그렇지 않다고는 말 못해요. 후후후.)
짝사랑은 해봤지만 학창시절에 가수를 좋아해본 적도 없고 더군다나 누군가가 예뻐서 빠진 경우는 없었죠.
사람은 예쁘기보다는 선하고 올발라야 한다고 들었고 진짜 그렇게 생각했고
사람을 겉모양대로 판단하는 것은 죄악이라고까지 생각했고
예쁘다고 해서 그 사람의 가치가 더해진다는 것은 제 사고범위 밖의 일이었죠.
가치관이 똑바로 박힌 사람을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저도 그런 사람이 되려고 했구요.
지금 생각하면 그 때 좀 더 미모에 눈을 떴다면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궁금하기도 해요.

근데 제 생각을 많이 바꿔 논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추억The Way We Were이라는 영화예요.

2.관음하는 여자를 처음 보다. The Way We Were


추억이라는 영화는 오래된 영화죠.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케이트라는 여자고 로버트 레드포드가 허벨 이라는 남자역을 맡았어요.
케이티는 유태인이고 맑스주의자고 허벨은 전형적인 금발머리의 유복한 백인 남자고 정치적인 입장이라고는 정해져 있지 않았죠.
항상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입장이 뚜렷하며 신념이 있는 위인같은 남자들만 소설이나 영화속에서 보다가
만난 좀 신기한 타입의 남자였죠, 그 당시 저에겐.
그러나 그 남자는...정말 미남이었죠.

어쩌면 제 기억이 오래되어서 흐릿해졌는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히 그런 장면이 있었어요.
사랑에 빠진 케이티가 금발머리는 의자에 기대고 평화롭게 낮잠을 자던 허벨을 보고 있어요.
한없이 넋을 놓고 요모조모를 뜯어보고 있죠.
영화상에서 봐도 미모 차이가 심하게 났어요. 바바라의 케이티와 로버트의 허벨.
케이티가 허벨을 정줄 놓고 바라보는 그 장면은 제 기억속에 오래 오래 남았어요.

허벨은 존경할 만한 남자도 아니었고 같이 신념을 가지고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는 남자도 아니었죠.
하지만 그 똑똑하고 말잘하고 세상을 혼자 사는 것 같던 케이티도
그 아름다운 남자앞에서는 아무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사랑을 합니다.
물론 인생은 길고 길어서 또 많은 일들이 후에 일어나지만요.

보통 영화는 위대하고 모험심 강한 남자들이 풍파를 헤쳐나가고 예쁜 여자들이 들러리를 서는데
이 영화는 달랐죠.
신념있고 강직하며 미모를 알아보기까지 하는 여성이 인생의 파고를 헤쳐갑니다. 여자주인공 중심으로 보면
미모의 남자는 인생의 중요한 일부이지만 남자때문에 여자 인생이 바뀌지는 않죠.

바바라가 로버트를 바라보던 그 눈빛을 담은 장면을 구하고 싶었는데 못 구하고
결국은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말로 하게 되는데
저는 그때 깨달았죠.
아, 예쁜 것은 그냥 예쁜 거구나. 저사람 머리속에 뭐가 들었나가 문제가 아니라 미모는 그냥 홀려지는 거구나.

하지만 제가 그 모든 것을 그 영화볼 당시에 깨달은 건 아니예요.
서태지를 만나고 나서 얼빠가 되고 나서 갑자기 모든 것이 분명해졌죠. 세상의 이치가. ㅎㅎㅎ


3.나의 길티 플레져-서태지 훔쳐보기

서태지를 좋아한다는 것으로 나의 취향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런 얼굴을 좋아한다는 것을 무얼 말하는 걸까요.

곱고 단아한 얼굴 선
비율 좋고 맺힌데가 없는 몸의 선
카리스마 있고 떡 벌어진 어깨
노래부를 때의 몸짓, 교태
천진난만한 눈과 말투

서태지를 말하는 말은 다 다르고 보는 시각도 다 다르죠.
위기에 빠진 공주를 구하러 구하러 오는 왕자를 보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위기에 빠진 날개 잃은 천사로 보아 보호해주고 구해주겠다고 온 몸 바치는 사람도 있으니

서태지를 좋아한다는 말로 어떻게 나의 취향이 설명이 되겠어요.
단지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서태지가 요물이며 요정이며 옴므파탈이며 지극히 위험하다는 거죠.



이 사진이 떠돌던 작년 9월경 저는 지극히 제가 위험해진다는 것을 느꼈어요.
지나치게 서태지에 파고들어 집안이 엉망이 되어가는 와중에
모른 척 하던 집안 식구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있었고
평소의 저같으면 '그래, 접는다 접어!' 했을 텐데
덕수궁의 이사진이 뇌리에 박혀
오, 이건 정말 치명적이구나.
내가 서태지를 떠나는 것은 네 멋대로 해라 드라마 주인공이 말하듯이
심장에 박혀 떨어지지 않는 것을 떼어내는 것이겠구나 싶더라구요.

너무 괴로와 차를 타고 좀 멀리가서 별보면서 죽어라하고 울었었는데(창피해서 한번도 얘기해본적 없는 얘기)
그밤에 눈 감고 우는 와중에도 뇌리에서 계속 떠다니는 것은 저 사진의 저 하얀 목.
내가 드디어 변태가 되다 못해 뱀파이어가 되었구나. 이게 뭐야, 이게 뭐야 하면서 울었어요.
아, 챙피해. 제가 얼마나 그때 심각했는 지 아세요.
춤바람나 제비 때문에 가족 버리고 도망가는 아줌마 상황이었어요, 진짜.
ㅜ.ㅜ


4. 모두에게 위험한 그

위로가 된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더 재앙이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그 남자는 나에게만 옴므파탈이 아닌 것 같아요.
모아이 엠넷 녹화분을 보면서 저 사실은 움찔움찔 했거든요.
교태가 완전 무르익어서 춤추는 동작이며 몸선이 예사롭지 않았던 그때
그 분은 드디어 밴드 멤버에게 이런 종류의 공격을 감행하십니다.


가만이 앉아서 드럼 네이쳐파운드로 치고 있는 현진씨는 무슨 죄야.
현진씨에 동화되어 제가 다 어깨가 뜨거운 거 있죠.
저는 혼자 이거 돌려 보면서 볼빨 하고 있는데 아무리 뒤져도 이부분 움짤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오직 이 게시물을 위하여
움짤 만드는 법까지 배워서 스스로 만들지 않았겠습니까.

평정심을 잃지 않고 드럼 연주에 매진하고 있는 현진씨의 정신력을 높이 삽니다..



이건 한술 더 뜹니다. 묵묵한 강준형씨에게 이 무슨 정신 공격이란 말입니까.
저 얼굴에 저 목소리에 저 몸짓에 게다가 음악은 모아이라니.
이건 천국인가요. 아니 죄짓고 끌려내려가는 지옥인가요.ㅜ.ㅜ

글을 시작했을 때 명색이 야한 글인데 이게 이렇게 한탄조로 흘러가게 될 줄을 몰랐습니다.
저도 나름 제 옛날 얘기하면서 담담하게 쓸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영화얘기도 쫌 늘어놓으면서.
근데 움짤을 가져다 붙이는 순간 이 설렘과 볼빨과 흥분과 한숨은 뭐란 말입니까.

이 남자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에 나오는 그르누이, 향수로 무장한 교수대 가는 길의 그르누이인 것은 아닐까요.
살인자가 사형당하는 것을 보려고 모여든 모든 파리 시민은 그에게 홀딱 반해버려 광란의 파티를 열어버립니다. 모두들 그를 사랑하게 되고 모두들 서로를 사랑하게 되죠. 향수가 효력이 있던 단 하루동안. 사람들은 완전한 엑스터시를 경험합니다.

서태지.
나의 유일한 길티플레져, 엑스터시. 나도 모르는 나를 알게 만드는 위험한 남자.
정리가 안돼요. 정리가.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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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_^ 2009/10/10 00:00 # 삭제 답글

    정리가 안될 뿐더러...감당도 안되는 위험한 남자죠 저분은..흐흐..^_^;;
    전 작년 이맘때 저분에게 정신공격을 무참히 당하는 바람에 잠시 절에 피난 갔던적도 있는걸요.
    정신적 오르가즘. 엑스터시.....안당해 본 사람은 모륵죠 몰라.
  • 오즈 2009/10/10 00:11 #

    어머, 님 얘기 좀 해주세요. 절에 피난을 갔더니 되긴 되던가요?ㅜ.ㅜ
  • sockgaze 2009/10/12 20:42 # 삭제 답글

    전 이런 글 볼 때마다 난 정말 불감증인 것 같아 다른 분들이 부러워집니다.
    존재하는 사람들 중에 제일 저 분을 좋아하지만 이성적으로 뭐가 확 느껴진다거나
    오르가즘, 엑스터시 같은 건 콩알 만큼도 안 느껴져서요.
    저 분을 너무너무 좋아하지만 음악과 인간적인 매력만 느낄 뿐
    너무 빠져들어서 힘들다거나 보고싶어 눈물이 난다거나 이런 일은 전혀 없어요.
    이렇듯 바싹 마른 건조한 팬질이지만 20년 가까이 끊어지지 않고 하고있긴 한데
    다른 팬분들 이런 뜨거운 간증 볼 때면 궁금하고 부럽습니다.
  • 오즈 2009/10/13 00:11 #

    님이 지극히 정상이십니다.
    가정파탄도 안나고 허벅지 찌를 필요도 없고.
    그저 지극히 정상이십니다.
  • 네로 2009/10/13 22:04 # 삭제 답글

    으음...제가 저 엠넷 사녹에 갔었는데 말이죠.
    원형 무대라 원장님의 표정은 못봤으나..바로 코 앞에서 당하고 있는 미정씨는 봤었답니다.
    방심하고 있는 미정씨에게 훅~하고 허연 얼굴을 들이 밀때마다 움찔 움찔하던 표정이 생각나네요.ㅎㅎㅎㅎ

    그 움찔거리는 게 재밌었는지 ...저분은 생글생글 뭔가 장난기 가득한 눈빛을 하곤 '왜 그래요?' 하고 순진한 말투로 미정씨를 놀리기까지..;;;;;


    우연히 들른 홈에 잊었던 추억이 있어 남겨봅니다.

    뭐...위의 그 상황을 그대로 봤던 저는..........이제 그분에게 노예 계약서라도 써서 서컴에 붙여아 하나..하고 심각하게 고심을...;;;;;
  • 오즈 2009/10/14 09:18 #

    자신은 생글생글 뭔가 장난기 가득한 눈빛일 뿐인데 당하는 사람은 허걱, 브이텍이란 말이죠. 그러니 위험한 남자일 수밖에...

    저 부분 움짤이 만들어지지 않은 걸로 봐서는 저기에 변태스럽게 꽂힌 사람은 나뿐이구나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뒷받침을 해주시니 용기가 나네요.(으음?)

    그나저나 님 신의 자녀시라니 부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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