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영화, 드라마들 이라는 카테고리로 글을 쓰려고 했다가
셜록이라는 카테고리가 따로 있었다는 것을-내가 만들었는데!- 뒤늦게 깨닫고 아무말이나 한다.
드라마를 보는 즐거움을 이렇게 굉장하게 제공하는 드라마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셜록은 질감이.. 다르다.
가장 큰 티비로 가장 좋은 화질로 들여다 보고 있으면 오감을 만족시킨다고나 할까.
베네딕트와 마틴의 연기가 물이 오를 대로 오른 건 물론이고
메리 역을 맡은 아만다도 비행기 안에서 진상 고객 연기를 진짜 잘해서 입을 헤 벌리고 봤다.
셜록 목소리는 어떻고.
허드슨 부인에게 총을 빵빵 쏴대며 영국군이여 진격하라 하면서 클래식한 연극 대사를 마구 쏟아 내는데
그 미친 상황 안의 그마저 품격이 느껴졌다면 오바일까.
그의 연극을 가서 직접 보면 더 좋기야 하겠지만
셜록의 곱슬머리를 하고 있는 그가 말을 빨리 하는 것을 특히 좋아하는 나라서
꼭 그렇게 반드시 가 봐야겠다고 생각이 되진 않는다.
그가 액션을 하는 것 보다 맞아 터지는 게
말 많이 빨리 하는 게 더 좋으니까. 오호호홋
에피소드 2에서 컬버튼 스미스라는 연쇄 살인범을 잡고 나서
셜록의 집에서 둘이 마주 앉아 대화하는 몇 분은 정말 눈이 부신다.
빈정거리지도 냉소적이지도 않은 셜록
메리를 잃은 존의 그 얼굴도 잘 못 쳐다보며
20분 정도는 혼자 있을 수 있다고
수퍼바이징 필요없다고 말끝을 흐리며 얘기한다.
아이린의 섹시 문자음을 계기로 관계에 대해 얘기하다가
자기가 바람을 피웠노라고 고백하며 우는 존에게
우리는 그저 한 인간일지도 모르겠다고 셜록은 말한다.
(물론 그 허그를 시전하며...! 목을 끌어 안고 등을 쓸어주면서...!)
어쩌면 모팻의 고백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셜록도
심지여 선한 시민적 양심의 징표 존도
그냥 한 인간일지도 모른다고.
캐붕은 단편에서 캐붕이지. 이런 인생 장편 드라마는 캐릭터 변화무쌍이 사실 맞지.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데.
셜록의 매력은 무엇보다....벽지다.
그 벽지에 그런 고급 질감의 실크 셔츠를 입고
개인용 소파에 앉아 있는 그를 보면
내 주위의 세상 따위는 아무래도 좋을 것 같은 퇴폐적인 만족감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계속 기다리나 보다. 벌써 이 생활이 몇년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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